출처 : http://www.redian.org



소유제 개혁 실종된 진보진영 대안
사회 공기업 비중 대폭확대 강령을
[경제위기의 정치적 해법①] "진보정당 보수야당 들러리 위험"

이 글의 필자는 상해재경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북경 인민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필자는 현재의 경제위기 해법으로서의 케인지안적 정책이 가진 한계점을 지적면서, 사회 공적 소유기업의 확대라는 소유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소유제 개혁에 대한 강령을 갖지  못하는 한, 보수 야당이나 나아가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경고를 하고 있다. <레디앙>은 5차례 걸쳐 '경제위기의 정치적 해법'이라는 제목으로 필자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5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이 참여한 가운데 '경제‧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 가 공식 출범하였다.

눈길 끄는 보수야당과 진보진영의 합의

연석회의는 향후 활동 강령으로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연봉 2천만 원의 100만개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를 창출 할 것", "실업급여를 1년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고 급여를 현실화 할 것" 등 3대 방향과 10대 정책을 내걸었다.

   
  ▲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 (사진=민주노총)

먼저 보수야당과 진보진영이 오랜만에 연석회의와 같은 형식이나마 공동의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사실에 주목이 간다. 서로 다른 정치세력들이 쉽사리 '연석회의' 강령에 동의했다는 사실도 흥미를 끈다.

알다시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적통을 잇고 있는 민주당은 그들 역대 정권이 집권기간 내내 추구하였듯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의심할 바 없는 수호정당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집권기간 내내 보여 주었듯이 민주당은 결코 현재의 신자유주의 질서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정당이다.

그러한 민주당이 어떻게 이렇듯 케인즈주의적인 강령에 쉽사리 동의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미국의 오바마 민주당 정권의 탄생에서 보여지듯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일시적으로 동요하고 케인즈주의로의 회귀 조짐이 나타나는 시류에 재빠르게 영합하는 것일 수 있다.

최근 민주당 정책기관에서 당의 이념을 보수좌파에서 진보우파로 한 발짝 '좌경화' 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라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서민대책 급급, 재정 안정책 빠져

민주당 그들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케인즈주의적인 정책대안을 한 발짝도 뛰어넘지 못한 채 중요한 정책대안에서 보수야당의 꽁무니만 쫒아 다니고 있는 진보진영의 한계에 있다. 진보진영은 과연 이러한 강령으로 금번 세계적인 금융위기로부터 비롯된 경제위기에 대한 대책이 충분하리라 보는 것인가?

민중은 특별한 위기국면에서 각 정치세력이 내놓은 해법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통해 진정으로 정권을 맡길 수 있을 만한 신뢰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판단하려 한다.

그러한 기준에 비추어 연석회의 강령의 최대의 문제점은 서민대책에만 급급해서 재정안정책이 빠져있고, 향후 금번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신자유주의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에 대한 큰 설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반쪽짜리 강령이라는 점이다.

연석회의의 '3대 방향 10대 정책'은 작금의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속에 위축된 수출시장을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해 일정 부분 대체하고, 고통 받는 서민경제를 긴급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연석회의의 서민대책과 관련한 정책방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만약 당장의 위기상황에 급급해서 이후의 결과를 고려치 않은 채 대안 마련에만 급급 하다보면 우리는 머지않아 재정적자 누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갈수록 복잡한 난제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때 가서는 또 어떠한 긴급대책을 내놓으려 하는가?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의 문제점

예를 들어 보자. 연석회의가 내놓은 대책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연봉 2,000만원의 100만개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 창출계획' 에 관하여 살펴보자.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일견 '고용없는 성장'의 대안으로 꼽힌다.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내수 살리기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노인요양 시설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등을 많이 만들면, 가족에게만 맡겨뒀던 '복지'를 사회가 책임짐으로써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이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 (한겨레신문2008.12.15)

이와 같이 좋은 점만 있을 것 같은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 계획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고용없는 성장의 대안으로서의 '사회서비스'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서 보듯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요건인데, 이는 정부 적자에 대한 향후 보존방안이 세워질 때라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혹자는 기업이 투자를 꺼려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어려움에 빠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사회서비스' 지출과 같이 나랏돈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주머니에 돈이 쌓이게 되면 내수가 살고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 (사진=진보신당)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성향이 높은 만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서민층한테 직접 지원하는 게 소비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경제학이 말하는 논리는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케인즈주의 정책의 약점

정부가 2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여 연석회의 주장대로 연봉 2,000만 원짜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했다고 하자. 사회서비스는 일자리의 특성상 직접적인 투자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일종의 소비적 지출에 해당된다. 대신 투자주체인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이들 신규 취업자들이 새로운 소비를 일으킴으로써 산업전반을 활성화시킨 효과로부터 일정 부분 세수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상황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한계소비성향을 80%로 잡으면, 이에 따른 소비승수효과(소비지출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연동효과)는 5가 된다(1/(1-0.8)=5). 

• 이때 정부가 20조원의 사회서비스일자리 투자를 통해서 창출하는 사회적 총생산의 증가효과는 20조원 × 5= 100조원
• 기업 이윤율을 20%로 상정하면 기업이 얻게 되는 순 이윤은, 100조 × 20% = 20조원
• 그중 만약 법인세율을 30%로 가정한다면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은, 20조 × 30%= 6조원
• 따라서 정부가 안게 되는 최종적인 재정적자는, 20조 - 6조 = 14조원이다. 

우리는 위에서 소비승수효과를 5로 잡았는데 이는 일종의 최대치다. 보통은 3이하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재정적자의 폭은 더 커진다. 즉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가정할 때라도 정부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20조원의 투자를 통해 향후 14조원의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케인즈주의 정책의 최대의 약점은 이러한 대량의 재정적자를 낳는다는 점이다. 과거 케인즈주의는 이 같은 재정적자를 처음에는 부자들에 대한 높은 세율의 징수로 메꾸려 하다가 한계에 부딪치자 국채발행을 통해 대신했다.

진보진영이 만약 이러한 재정적자에 대한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똑같은 실패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진보진영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하면서 가장 정확한 대안은 과감한 소유개혁을 함께 주장하는 것이다. 즉, 사회 공기업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라는 것이다.(강조는 필자)

위의 예에서 보듯이 기업이 20조원의 순이윤을 얻었을 때, 만약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여 이들 기업이 모두 공기업이라면 이 순이윤은 바로 정부수입으로 귀결되어 정부의 투자분 20조원을 직접 보존해 줄 것이다. 반대로 이들 기업이 모두 사기업이라면 정부 투자 혜택이 결국 사회 소수자인 기업의 대주주 손에 돌아가게 된다.

이들이 14조원의 순익을 챙기는 동안 국가는 같은 액수의 재정적자를 쌓게 된다. 이들 두 경우는 모두 극단의 경우다. 그러나 분명히 이 예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사실은 적절한 규모의 공기업 비중 확대는 분명 정부투자의 혜택을 공기업으로 하여금 도로 흡수하여 상응한 만큼의 정부의 재정적자폭을 줄 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적자분은 공기업들이 다른 분야에서도 획득하게 될 이윤을 활용하여 보충할 수 있다.

진보진영은 자신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소유제 개혁이 빠진 반쪽짜리 대책만을 제시함으로써 민주당과 신자유주의자들의 놀이에 들러리를 서주는 역할을 자임하는 꼴이 되고 있다. 진보진영의 이 같은 보수야당 꽁무니 쫒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참혹한 결과만을 낳는다.

진보진영은 대중에게 있어 자신의 독자강령이 없는 영원히 책임 없는 정치세력으로 남을 뿐이라는 점이다. 진보진영은 책임 있는 정책대안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보수 야당과 근본적인 차별선을 긋기 위해서도 앞으로 작금의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사회서비스' 와 같은 서민대책과 함께 '사회 공적소유의 대폭적인 확대'를 자신의 분명한 강령으로 제시해야 한다.



케인즈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경제위기의 정치적 해법②]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론"

2.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당면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맞이하여 케인즈주의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시도가 있다.

그러나 1945년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자본주의의 비교적 긴 호황을 이끌었던 케인즈주의도 70~80년대에 들어서 누적하는 재정적자, 인플레이션의 만연, 그리고 기업투자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져 결국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자들에게 그 주도적인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케인즈주의를 경제정책에 적극 활용한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선두주자격인 스웨덴의 경우를 보면, 1991~1993년 기간 정부지출이 GDP의 67%(참고로1996년 OECD 15개국의 평균치는 39%였음)를 차지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5%, 실업율은 1.5%에서 8%까지 상승했다.

당해년도 재정적자는 GDP의 12.3%, 누적국채 규모는 GDP의 42.3%에서 77.9%까지 확대되게 되어 더 이상 기존의 성장모델로는 체제유지가 힘들게 된 상황에 부딪치게 되었다.

결국 스웨덴 정부는 90년대 후반부터는 기존 복지 모델에 대한 각종 수정조치를 통하여 전통적인 케인즈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노선을 그 정책기조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극 개입과 부자에 대한 세금징수를 통해 빈곤층에로 부의 직접적 이전을 특징으로 하는 케인즈주의는 왜 실패하게 되었을까? 케인즈주의가 실패한 원인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비판하는 바와는 달리 국가의 적극 개입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득세한 오늘날의 시장경제에 있어서도 국가의 개입은 재정정책, 화폐정책, 복지정책 등을 통해 여전히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케인즈주의가 실패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부자에 대한 세금징수를 통해 빈곤층에로 부의 직접적 이전을 특징으로 하는 케인즈주의적인 정책이 자본주의적인 소유관계와 근본적으로 모순되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부문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의 확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추세이며, 환경 위생 교육 주택 등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현대 시장경제가 존립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그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이렇듯 자연스레 확대일로에 있는 공공부문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는 현대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큰 숙제이기도 하다. 케인즈주의가 종국에 가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러한 공공부문의 재원을 전적으로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의존하여 조달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재원의 이러한 사적 소유에의 전적인 의존은 자본주의적 소유 관계와 심각하게 충돌한다. 점점 높아지는 세율은 '세수초과부담' 을 낳는데, 이것은 부유층의 세수저항이나 투자 기피, 혹은 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형식으로 표출되게 된다.

'세수초과부담' 은 현대 경제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정부의 징세행위로 말미암아 생긴 납세자의 손실이 정부의 세수수입보다 크게 되어 사회적으로 세수 이외 추가부담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수학적으로는 “½EwL₁t² ”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여기서 주목할 것은 t (세율) 가 2차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U자형의 2차 곡선이 보여 주듯이, 세율이 일정한도 이상 올라가면 세수초과부담 역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납세자의 조세저항도 커진다.

이것이 현실에서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게 되면 “투자해서 모두 세금으로 빼앗길 바에는 차라리 놀고 마시는데 써버리자” 라는 식으로, 생산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소비에 쓰여지든지 또는 해외로 대량 유출되게 된다. 이렇듯 부유층의 투자 회피와 사보타지는 다시 경제성장의 둔화와 실업률의 증가를 낳고, 이는 결국 실업자 구제를 위한 사회보장재원의 확대 등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부유층에 대한 추가적인 세율 인상은 곧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에,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메꾸기 위해 부가세 등 간접세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공채발행을 확대하게 되는데, 전자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복지재정의 추가적 확대 요인이 되며, 후자는 누적적이고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귀결되어 국내 인플레이션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이러한 경기침제와 인플레이션의 결합이 바로 스테그플레이션이다.

최근 일부 국내외 좌파학자들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의 관철을 저지하지 못한 것이 케인즈주의의 실패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즉 공공복지의 확대를 통해서 충분할 정도로 과잉자본을 퇴출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정 부분 케인즈주의의 역사적 한계에 면죄부를 주고, 이미 실패한 정책에 대해 대중으로 하여금 다시 일말의 희망을 품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만약 공공복지를 더욱 확대하는 것을 통해서 과잉자본을 충분히 퇴출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면 당시 왜 충분한 정도의 공공복지 확대정책을 실행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앞서 살펴 본 바대로,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에서 더 이상의 고율 세금징수에 의한 사적소유에 대한 침해는 이미 용납될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세계는 비록 지금 백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심각한 금융위기로 고통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 케인즈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부자들은 자신의 재산이 국가에 의하여 세금이란 명목으로 '수탈' 당하는 악몽을 두 번 다시 꾸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자유화와 세계경제의 일체화가 과거 70~80년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 되어버린 현재의 조건에서, 부유층이 해외 자금도피 등을 통해 세수저항을 하는 것은 매우 용이하다. 따라서 케인즈주의로의 복귀는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본가들은 앞으로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요한 정책노선으로 취하면서, 필요시(위기시) 케인즈주의의 부분적 수용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형태를 취할 것이다. 사회적 생산의 고도화가 나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지고 있는 오늘날 시장경제에 있어, 신자유주의노선의 관철만이 노동을 영속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자본 그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수단이다.

민중에게 있어서 이것은 당연히 노예화와 빈곤화의 고통이 영속됨을 의미한다. 현 시기 다시 케인즈주의를 운운하며 낡은 이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의도야 어떻든 잠시 시간을 벌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결국 머지않은 장래에 '작은 정부'를 외치며 화려한 부활을 꿈꿀 그들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명분을 주는 결과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자연 해체되지 않는다"
[경제위기의 정치적 해법③] 경제위기 성격과 세계체제로서 신자유주의

1) 당면 경제위기의 성격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볼 때 자신의 고유한 과잉생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요위주’와 ‘공급위주’ 두 가지 방향에서의 접근법을 차례로 실험하였다. 그 중 신자유주의는 공급위주이론으로서, 앞서 살펴본 '유효수요'이론에 바탕을 둔 케인즈주의와는 그 원리 면에서 대별되는 위치에 있다.

80년대 이래의 현대 신자유주의는 "공급은 그 자신의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다" 라는 19세기 초 프랑스의 고전파 경제학자 세이의 명제에 대한 신앙을 여전히 그 기초로 삼고 있다. 정부는 각종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추면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복지비용도 줄일 수 있으므로, 공급 쪽의 접근법으로 성장과 복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실제로 정보과학기술혁명의 조류와 우연히 맞물리면서, 신자유주의의 공급위주정책은 90년대 대대적인 신흥 정보기술산업에의 투자를 통해 클린턴정부의 장기 호황을 가져오는 등 일시 성공을 거두는 듯하였다. 이 시기 한 때 '신산업주기론' 이니 '불황소멸론' 등의 신경제용어가 유행처럼 등장하기도 하였다.

'불황소멸론' 등 한때 유행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터지기 시작한 IT버블의 붕괴는 이러한 투자수요촉발에 의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성장의 한계를 드러내 주는 것으로, "공급은 그 자신의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다" 라는 명제가 얼마나 근거 없는 신앙에 불과한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새로운 경제위기가 피할 수 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적신호이었다.

IT투자에 의한 수요창출이 한계에 이르자,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에 의해 새롭게 시도된 것이 금융기법을 통한 '가假수요 창출'이다. 이는 "부자들에 대한 세금징수적 방법의 직접적 수탈"을 회피하는 그들만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소비자 대출과 파생상품을 결합한 금융기법에 의해 중산층 이하의 저소득 계층의 가상적 부의 증대효과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비자금융은 원래 '평생소득이론'에 기초하여 미래소득과 현재 소비 양자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미래 소득이 불확실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계층에 대한 대출은 그야말로 오로지 미래에 예상되는 주택 등과 같은 대출담보자산가치의 상승만을 전제로 한 모험적인 대출방식이다.

이는 대출담보자산이 거꾸로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음으로써 애초부터 그 위험성이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방식의 '가假수요 창출'은 결국 금번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하여 허구적 수요에 불과함이 드러났다.

부자에 대한 세금징수를 통해 빈곤층으로 부를 직접적 이전함이 없이 '유효수요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음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금번 경제위기가 의미하는 것은 공급위주 접근을 한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실천적 파산이다.

2) 세계체제로서의 신자유주의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점은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이미 일부 경제학자들의 이론적 주장이나 일국적인 정책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세계체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소비시장'으로서의 미국을 정점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가 그것이다. 이러한 질서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독하는 일이다.

미국은 단일 세계패권국가의 위상을 유지키 위해 방대한 군사비 지출 등 막대한 재정수요가 존재함에도, 기업과 재산소유자들에게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부가세와 같은 간접세제도 실시하지 않음으로 해서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구조를 갖고 있다.

통상의 경우 재정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이를 메꾸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중앙은행이 이를 직접 인수할 경우 신규 화폐 발행을 하는 셈이 되어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므로, 보통의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기존의 시중 통화량으로 이들 국채를 소화하도록 한다.

한정된 시중의 통화량이 국채매입을 위해 사용되면 시중의 통화 공급이 상응한 만큼 줄어들어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그만큼 기업의 투자수요와 민간소비수요를 위축 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률 둔화는 늘어난 재정수요만큼의 민간경제활동을 축소시킴을 통해 거시적 차원에서 일국의 국민경제가 균형에 도달해가는 자연스러운 시장운동논리에 다름 아니다.

미국=세계기축통화 발권국가

하지만 미국은 세계기축통화로서의 발권국가라는 지위를 남용, 달러지폐를 충분히 찍어내는 식의 시중 유동성의 과잉공급을 통해 자국의 재정적자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여타 국가와는 달리 이러한 과잉 유동성 공급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것은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성격 때문이다.

   
  
즉, 국내 과잉 발행된 달러지폐는 해외 수출국으로부터 상응하는 상품공급을 발견할 수 있기에 그 화폐구매력을 잃지 않는다. 미국인은 충분하고도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자국 화폐를 가지고 수출 주도국(일본, 중국, 한국, 중동 산유국 등)들로부터 필요한 상품을 마음껏 수입하고 이를 결재할 수 있다.

달러를 손에 쥐게 된 해외 수출국들은 손에 쥔 달러를 그냥 모셔둘 리는 없다. 무언가 이 달러를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을 요구하게 되는데, 미국은 이러한 해외에 살포된 달러에 대하여 투자 상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앞서의 게임은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이 공급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은 자국 내 자산이고, 이 자산은 크게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경상수지=자본수지' 등식이다.

즉 미국은 경상수지부문에서의 적자를 통해 달러를 방출하고, 자본수지부문에서의 흑자를 통해 달러를 다시 끌어들임으로써 해외시장균형을 달성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국채, 주식 그리고 최근의 서브프라임과 같은 주택채권 또는 이와 관련한 파생상품 등의 금융상품을 해외 달러보유국(수출국)들에 끊임없이 제공해 왔다.

일단 미국과 기타 세계 다른 나라 간에 '경상수지=자본수지'등식이 이상과 같이 구축되면, 이것은 순환 강화되는 자기 논리를 갖고 세계의 기본적인 경제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즉 미국은 세계상품 소비시장으로서 그리고 금융자산의 공급자로서, 다른 나라들은 상품공급과 미국 금융자산의 수요자로서 규정되는 질서이며, 이러한 체제의 근원에는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가 자리 잡는다.

이 재정적자는 기원적으로 미국민의 복지예산비용뿐만 아니라 방대한 군사비 지출, 이를 위한 끊임없는 전 지구적 차원의 분규의 발생 등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교묘한 자본주의 과잉생산문제를 일정 해소할 수 있는 세계질서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체제는 금번과 같은 한 번의 금융위기로 자연 해체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비록 주기성을 타기도 하지만, 그러나 끊임없이 반복 생산될 수 있는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모두를 포로로 만든 신자유주의

이러한 생명력은 첫째, 케인즈주의가 세금을 통해 부자로부터 직접 부를 빈곤층으로 이전시켜 자본소유자의 반발을 사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본성에 반하는 정책임에 비해,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부자들의 재산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며 , "투자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보존" 이라는 순위에서 보여지듯, 자본의 이윤이 확보된 후라야 노동도 생존할 수 있는 완전히 친자본주의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 같은 논리는 세계상품소비국으로서의 미국과 상품공급국으로서의 다른 나라 양쪽에 모두 친화적이다. 왜냐하면 세계는 여전히 자본 소유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인데, 미국 등의 세계소비시장 점유율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각국 자본이 자국 내에 국제시장의 무한경쟁논리를 앞세워 신자유주의정책을 관철할 수 있는 좋은 사회적 토양을 공급한다.

셋째, 일단 이 같은 세계경제질서가 구축되면 어느 나라도 자의로 이 사슬을 이탈할 수 없는 내부 구속력을 갖는다. 수출 주도국들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소비를 창출해 주어야만 수출을 계속하여 자국 경제성장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데, 만약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면 수출 주도국도 함께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

넷째, 이 같은 세계체제가 일시적으로 금번과 같은 금융위기를 맞아 흔들릴 수도 있고, 당면한 위기타개를 위해 케인즈주의가 부분적으로 득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위기에 처할 때 다른 나라는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을 맛보게 되며, 위기극복도 지금과 같은 체제하에선 미국이 가장 빠를 수밖에 없기에, 경기침체기가 일정 지나가면 신자유주의의 망령은 다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세계체제로서의 신자유주의를 살펴보았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노무현 정권이 왜 신자유주의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일국차원에서 노무현 정권이 이런 세계체제로 부터 일탈하여 내수주도형 경제를 시도한다든지 등의 일련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먼저 자국내 삼성, 엘지, 현대 등 주류적인 자본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이들은 대미 FTA협상에서 보듯 기존 세계체제에 이미 익숙해 있고 기본적인 이해가 일치한다. 그 다음 더 큰 반발은 어디에서 올까? 내수수요 확대를 위해선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려 하면 전체 부유계층의 조직적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부유계층의 투자의욕은 저하되고, 오늘날의 금융국제화 조건에서 해외로의 자금이탈은 대규모로 나타나 경제위기국면의 출현과 함께 정권의 단명을 재촉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자유주의의 진정한 극복은 가능할까? 유일한 해답은 먼저 소유제 개혁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공유제로 성장과 복지 다 잡는다"
[경제위기의 정치적 해법④] 신자유주의 체제로부터의 점진적 일탈방안

현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 틀 내에서 지금까지 시도되어온 경제위기 극복의 수요위주(케인즈주의)와 공급위주(신자유주의) 양 방향에서의 노력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는 또한 두 가지 정책노선이 각각 공공복지 또는 경제성장 중 상대적으로 하나의 목표달성에 치우쳤던 한계에 비추어 볼 때, 기존 체제 틀 내에선 "공공복지와 경제성장"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길이 없음을 뜻한다.

신자유주의는 경제효율성을 강조하였지만 빈부격차의 심화와 복지 후퇴를 초래하였고, 결국엔 지금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몰고 왔다. 이에 반해 케인즈주의는 비록 공평을 강조하여 공공복지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결국엔 재정적자 누적과 경기침체를 낳고 복지병을 초래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공공복지와 경제성장 이 두 가지 목표의 동시달성은 불가능할까? IT기술· 신소재· 우주개척시대의 도래· 로봇에 의한 자동화 생산 이러한 놀라운 기술발전과 부의 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또한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달로 100살 평균 수명을 앞두고 있음에도 인류는 여전히 복지와 경제성장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이런 문제의식을 안고 앞서 두 가지 노선 중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던 역사속의 케인즈주의가 거두었던 지난 성과와 한계에 다시 주목해 보기로 하자.

1) 케인즈주의 성과와 한계가 주는 시사점

케인즈주의는 국가권력을 통해 부자들이 갖고 있던 부의 일부를 징수하여 빈곤층에 이전시킴으로써 한편으론 과잉자본을 일정 해소함과 함께, 다른 한편 유효수요를 늘려서 일정 시기 내에서는 성장과 복지의 두 가지 목표를 일시적으로 달성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부자들에 대한 가중되는 수탈(세금징수)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와 충돌하는 것으로, 부자들의 반발을 초래하여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만약 시장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창출된 사회적 부가, 부자들의 부를 심하게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순조롭게 사회적 약자 층에도 공유될 수 있는 장치를 발견하게 된다면, 역사는 케인즈주의가 한계로 부딪쳤던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전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케인즈주의의 성과와 한계를 재 고찰하는 과정에서 공유기업의 확대가 필요함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시장경제를 통해 창출된 사회적 부가 부자들의 부를 지나치게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순조롭게 사회적 약자 층에도 공유될 수 있는 구조는 공유기업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 국민경제에 있어 적정 비중의 공유제의 존재는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첫째, 국가는 공유제의 존재로 인하여 사회전체의 세율을 낮추면서도 넉넉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공공부문의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세율을 낮추는 일은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난제이다. 그런데 공기업은 사기업과는 달리 국가가 지배주주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지배주주에게 돌아오는 이윤 모두를 직접 국가재정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

이에 반해 사기업에 대해선 먼저 주주에 대한 적정 이윤을 보장한 후라야 나머지에 대하여 비로소 세금 징수를 고려할 수 있다.이것은 마치 유통단계가 하나 더 늘어날 때마다, 중간 유통마진 때문에 비용이 그 만큼 더 늘어나는 원리와 같다. 공기업이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이 차익분이 사회 전체로 볼 때 평균세율을 낮추고 사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게 되는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197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영국의 제임스 미드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GDP계산법의 2명의 발명자 중 한 사람인데, 그의 심오한 사상 중의 하나가 바로 "공유자산의 시장수익은 세수와 국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감시키고, 경제 전체의 효율을 높여준다" 이다. 국가가 만약 국유자산의 시장수익에 의존할 수 없다면, 오로지 세수와 국채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 경우 세율이 자칫 지나치게 높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개인이나 기업의 노동과 창조에 대한 적극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할 수 없이 국채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채발행이 너무 많아지면 또 다시 시중 이자율을 높이게 되고 결국 생산적 투자에 불리하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홍콩을 예로 들어보자. 홍콩은 연속해서 수년간 국제평가기구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체" 로 평가받았는데, 이는 홍콩의 세율이 가장 낮고, 사람들로 하여금 창업하고 노력해서 일하도록 고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홍콩이 낮은 세율과 동시에 또한 주민들에게 무료기본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또 그것은 홍콩정부가 ‘토지’라는 커다란 공유자산을 보유하여 그 토지사용권의 시장경매수익이 정부에 귀속된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밖에 공기업은 사기업과는 달리 탈세 동기나 세수저항이 적으므로 항상 국가의 믿음직한 재정원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공업생산의 약 30%를 국유기업이 담당하고 있는데, 2007년 국유기업은 일정 규모이상 전체 공업기업 중 기업실현이윤과 납세액에 있어서 각각 40%와 50%를 차지하였다.

이 수치는 국유기업이 자신의 매출액이나 실현이윤 이상의 납세공헌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국가가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하며, 전적으로 사기업에 대한 세금징수에 의존할 경우보다 사기업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둘째, 정부의 충분한 공공재원의 확보는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물적 기초이며 이는 국내 내수시장 기반을 점차 확충하는 기능을 한다.

공공복지재원을 부유층의 주머니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 스스로 상당 부분 조달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이루는 가장 좋은 보장책이다. 이와 같이 국내 복지제도의 발전을 통하여 차츰 국내시장과 장기적인 성장기반이 강화되고, 이는 국민경제가 지나친 해외시장에의 의존에서 벗어나 국내외 두 개의 시장을 균형 있게 활용하도록 도와 줄 것이다.

셋째, 적정 규모의 공기업이 국민경제를 주도하게 되면 정부는 이들 공기업의 선도기능을 통해 시장논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진보적인 정책의지를 관철할 수 있다.

노동자의 임금인상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내수시장을 확충하기 위해선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이차적 분배를 통해 서민층의 가처분소득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노동임금과 같이 경제활동에서의 일차적 분배를 통해 가계소득을 높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임금상승과 관련해선, 항상 노자간의 이해대립으로 인해 계급투쟁이 첨예화되어 막대한 사회비용을 치르는 것이 그동안 자본주의시장경제가 부딪쳤던 난관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적정 규모의 공유기업이 국민경제를 주도하게 되면, 정부는 이들 공유기업의 선도기능을 통해 시장논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정책의지를 관철할 수 있다.

아래 표1에서 보듯이, 2002년 이후 중국 도시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표1> 중국 각 소유제 기업별 임금인상 추이
※ 집체기업은 도시집체기업, 기타는 사영기업과 외자기업을 의미함.

위의 표는 중국 도시 노동자의 최근의 높은 임금인상은 국유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국유기업의 임금수준은 1995년도엔 5,553 위엔으로 기타 부문(사영기업과 외자기업)의 71.9%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매년 평균 13.5%의 높은 임금인상률을 지속하여 2004년에는 16,445 위엔으로 기타 부문의 16,519 위엔과 거의 비슷해 지더니, 2005년부터는 마침내 후자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추세는 중국 정부가 특히 2006년 이후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을 도모하면서 내수위주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적극적으로 꾀하도록 하는 정책과도 조응한다. 시장경제의 조건에서 국유기업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기타부문 역시 비록 국유기업에는 못 미치지만 매년 그래도 꾸준히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유기업 주도 시장경제 건설!"
[경제위기의 정치적 해법⑤] 공유제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

1) 공유제 비중

먼저 공유제의 적정한 비중에 관한 문제부터 살펴보자. 공유제가 국민경제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여야지 적정한 비율이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제시할 수 없지만 몇 가지 기준점은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공유제 비중은 국가의 공공부문재원조달을 위한 의미 있는 물적 재원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

둘째, 공유제의 전체적인 역량은 국가 정책을 시장을 통하여 관철함에 있어 전체 국민경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영향력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공유제의 국민경제에 있어서의 위상은 절대적인 비중보다도 그 차지하는 핵심적인 지위와 파급력이 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유제는 전통적인 공공서비스 영역 뿐만 아니라, 현대 시장경제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산업을 주도하고, 에너지와 원재료 등의 기초산업을 비롯한 기간산업,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인 핵심첨단제조업에 포진함으로써 국민경제를 주도하는 위치에 서야 한다.

   
  ▲ 지난 3월 13일 폐막한 중국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2차회의. 신화통신은 이 대회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위대한 기치' 아래 진행되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그 경제적 근간은 공유기업이다.
2) 시중은행의 공유기업화

은행 국유화가 구체적인 공유제 확대의 첫 수순이다. 작금의 금융위기 속에 나타나고 있는 각국 정부의 대응은 현대 시장경제조건에서 어떻게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시중은행들을 시장논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국유화할 수 있는지에 관한 좋은 실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은행은 10% 안팎의 자기자본비율을 가지고 나머지 90%의 타인 자산을 움직인다. 따라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조금 큰 부실을 당하면 쉽사리 자기자본이 잠식당하고 자기자본비율이 현저히 저하되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정부는 이 때 중앙은행을 통해 그리 많지 않은 자본금 투여를 매개로 은행의 대주주 신분을 획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이명박 정부는 한은 특별융자 10조 원을 포함하여 20조 원 규모의 '은행권 자본확충 펀드' 를 설립하는 한편 자산관리공사등을 통해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10조 원가량 매입해 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최근 발표되었다.

이들 30조원 규모의 은행권 지원금은 모두 은행의 우선주,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후순위채 등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낮은 비용으로 사준다든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소유구조는 손대지 않은 채 지원되고 있다.

만약 같은 액수의 금액을 은행 자본금의 직접적 참여 형식으로 전환한다면 4대 시중은행들의 대주주는 정부로 탈바꿈할 수 있을뿐더러, 은행이 부딪치고 있는 신용위기도 대주주인 정부신용을 바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작금의 금융위기에서 도대체 어떠한 방식이 더욱 효율적인 것인지 아래의 실례를 살펴보자.

먼저 은행이 현재 1조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지니고 있다고 가정한다. 정부가 이를 전량 장부가(1조 원)로 매입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신용경색위기가 풀려 추가불량률발생을 억제하면서 10%의 불량률로 그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정부는 이에 대한 손실분을 떠안는 대신, 은행은 정부의 1조원 부실채권 매입대금을 기초로 신규 영업기회를 갖게 되어 새로운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상의 정부지원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은행 부실채권 매입 시 정부손실 예상액= 1조원 × 10%= 1000억 원

• 은행 신규 영업을 통해 신규채권 1조 원어치 매입(예: 어음할인 등) 하여 5%대 이익창출= 1조 원 × 5%= 500억 원

• 법인세율 30%시 국가 세수액= 500억 원 × 30% = 150억 원

• 정부 순손실액= 1000억 원 - 150억 원 = 850억 원

• 은행 주주이익= 500억 원(1조원 신규채권매입 이익 ) - 150억 원(세금)= 350억 원

이상의 정부의 은행에 대한 부실채권 매입을 통한 지원 과정을 분석해 보면, 첫째로 정부의 적시 개입과 은행지원으로 부실율을 10%선에서 방어하고 추가적인 부실률 상승을 억제하는 한편 은행은 정상적인 영업과 신규대출을 시행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500억 원어치의 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던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자금의 지원혜택에 대한 공평성 측면을 살펴보면 문제점이 발견된다. 즉,

• 사회적 차원의 순손실액= 1000억 원(부실율 10%에 따른 손실액) - 500억 원(은행이 창출한 신부가가치액) = 500억 원

그 중 손실 부담방식은
• 정부(국민) = -850억 원
은행주주 = + 350억 원-------> 합계= -500억 원

즉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체 사회적 차원에서는 총 5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는데, 이 중 정부(국민)는 -850억 원의 손실을 부담하고, 은행 주주들은 오히려 이 금융위기 와중에 +350억 원의 이득을 얻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위의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은행의 소유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실시하는 정부의 금융기관 지원은 결국 그 혜택이 사회전체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은행의 대주주라는 소수자들에게 귀속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IMF 금융위기를 거친 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 졌던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IMF 부도위기를 넘기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동원하여 금융기관과 부실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비록 국민경제는 파산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데 성공 했지만, 국민경제 회복의 혜택은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일부 대주주들에게 돌아가고 많은 국민들은 더욱 빈곤한 상태로 전락하고 말지 않았는가?

따라서 국가는 은행의 자본금에 대해 직접 투자함으로써 은행의 국유화를 단행한다면, 이 같은 지원방식을 통해 서도 신용회복의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이후 경제회복의 혜택도 사회전체가 공유하게 할 수 있다.

3) 산업자본의 공유기업화

시중은행의 공유기업화가 성공리에 진행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기간산업과 국민경제의 전략적 핵심기업들에 대해서도, 시장논리에 기초하여 순조롭고 점진적으로 공유화를 진행시킬 수 있다. 현대 시장경제에서 산업자본은 억만 개의 실타래로 금융자본과 관계를 맺고 있고, 후자의 지원 없이는 한시도 지탱이 어렵다.

먼저 구체적인 예를 보면, 얼마 전 유동성위기에 몰린 하이닉스에 대해 채권단의 8000억 원 추가 지원 결정이 있었다. 경제위기시에 유동성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는 주요채권단인 시중은행을 통하여 이들 기업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편, 채무의 주식전환과 같은 방식을 통하여 소유구조를 바꿔 공유화 작업을 진행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과 같은 비교적 내실있는 독점재벌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삼성재벌의 계열사들에 대해 어떠한 조처를 취할 수 없다면, 한국의 공유기업은 결코 시장경제를 주도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생명과 같은 수많은 알짜배기 회사들을 수하에 많이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강건한듯한 삼성도 뜯어보면 허점투성이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1일 기준으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28개 재벌에 있어 총수일가가 평균 4.23%의 지분만 갖고서 46.73%에 이르는 계열사 및 임원들의 지분을 동원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대표적 재벌인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4월 퇴진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은 3.57%에 불과해서 의결권 승수는 8.09배에 이른다. 삼성의 총수는 얼마 되지 않은 직계가족의 지분으로 그룹전반을 복잡한 지배구조망을 통해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취약한 족벌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은 그 동안 허다한 비리를 저질러 왔다. 정치권 로비를 통하여 억지로 금산분리법과 지주회사법을 고치게 하는가 하면, 후계자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세제상의 각 종 불법을 저질러왔다. 따라서 법대로 공정하게 처리하기만 해도 삼성은 머지않아 사회적 공유물로 전환될 대상이다.

6.결론 : 보수와 진보를 긋는 선

앞으로 보수와 진보를 긋는 선은 누가 서민대책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제시하느냐에 있지 않다. 그것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야당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일단 집권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아도 될 뿐더러, 위기에 부딪친 신자유주의체제가 당면 위급한 상황을 넘기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획은 과연 소유제 개혁이 동반된 대응책을 제시하느냐의 문제에서 그어져야 한다. 소유제 개혁이 없는 기존 제도 틀 내에서의 해결책은 이미 역사에 의해서 한차례씩 입증된 실패를 다시 반복하는 헛수고에 불과하다.

억만 민중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는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진보진영은 아래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음으로써, 낡은 구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자신을 역사의 전면에 우뚝 세우자.

" 공유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의 건설!"

<시리즈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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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