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능 - 등소평의 시장
좌파와 우파의 시장
우리가 좌파나 우파를 나누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주로 '경쟁'과 '시장'에 대한 태도를 놓고 좌파나 우파를 나누지 않나 싶다. 우파들은 주로 시장의 순기능을 지지하고, 개인간의 능력차이와 경쟁의 불가피성을 긍정한다. 반면 좌파들은 시장 차제를 불공정의 제도화라고 바라보는 듯하다. 그들은 시장의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에 주목하고, '경쟁'자체의 비인간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둘은 화해하기가 어렵다. 많은 좌파들은, 모든 친 시장적 정책을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자유무역과 모든 FTA를 반대한다. 그들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나라가 GNP의 7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극심하게 편향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는 것을 잊어버릴 지경이다. 이런 까닭에 좌파들의 주장은 종종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많은 우파들은 "인간의 능력의 차이와 경쟁, 시장의 순기능"을 긍정하는 것이 지나쳐서 '모든 경쟁'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경향이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자유경쟁'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사례 중 하나이다. 우파들의 상당 수는, 능력에 따른 대우의 차별은 당연한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자유화'와 '연봉제', '비정규직제도'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등소평의 "시장"을 생각하며
등소평은 사회주의체제에 시장을 도입했다. 무산자계급혁명을 통해 무산자계급독재를 실현하고 있던 중국공산당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로 충격적인 사태였다.
이것은, 등소평이 '혁명의 본질'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등소평의 혁명은 소유와 시장을 없애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고, 중국인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보이다. 몇몇 사람이 잘살거나, 과학 기술의 특별한 발전이 진보가 아니라,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 시킬 때, 비로소 진보가 되는 것이다.
등소평이 사회주의 중국에 시장을 도입하기로 한 이유는 "인간의 능력에 따른 차이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할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자유화라는 미명하에 저임금 비정규직, 연봉직이 일반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그런 의미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시장은 다만 기업인과 금융자산가들을 위한 시장일 뿐이다.
나는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적 경제, 노동정책을 펴면서, 사회복지를 통해 그에 부수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취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동정책에서 노동시장의 자유화와 비정규직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직업재교육과 실업급여 등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은 '노동을 통한 가치실현에 대한 평가와 노동자를 완전히 분리함으로서 노동의 소외를 강화하고, 그에대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도록 하는 반동적 정책'이었음을 부인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시장은 노동자들의 시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가치실현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그 보상을 제공하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시장은 고용주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시장의 본질
시장은 평가와 분배의 시스템이다. 시장에서는 경쟁이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가치와 그 실현의 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결코 경쟁 자체가 시장의 본질은 아니다. 시장은 다만, '저마다 다른 인간의 가치와 그 실현의 결과'를 평가하는 장치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모든 가치는 '사용가치'로 파악되고, 그 사용가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최종적인 사용자만이 가장 적합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인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이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정한 평가와 그 대가의 분배가 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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