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기권의 의미 (3) - 대의제와 자유위임, 소환제도




첫번째 글에서 말씀 드린 대로, 주권에 의한 권력 위임을 지금과 같이 '자유위임' 이라고 바라보는 가운데서의 '선거권 포기'는 '민주주의의 포기', '사회적 자기결정권의 포기'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유위임이란 근본적으로 위임 이후에는 유권자들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자유위임(무기속위임) : 자신을 선출해준 선거구민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시나 명령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오로지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며, 다음선거에서 정치적 책임을 부담할 뿐 법적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위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의기관의 정책결정이 국민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정치적 책임을 물을 때까지 국민의 추정적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대의민주주의를 ≪국민이 직접 국가의 의사를 형성하지 않고, 그 대표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그에 구속되는 국가 의사 결정의 원리.(다음백과) / 국민이 스스로 선출한 대의원을 통하여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제도.(네이버백과) ≫라고 이해하는 가운데서 오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위의 결론에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앞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정의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논리가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투표권의 포기는 민주주의나 사회적 자기결정권의 포기'라는 저의 표현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런 심정과는 무관하게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수준은 위의 논리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현행 헌법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권력의 자유위임을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조항까지 두고 있지요.

헌법 제46조 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의 '소환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소환제도와 국회의원, 대통령의 소환제도는 본질적으로 그 의미가 다릅니다.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주권적 질서 내에서의 자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방자치 선거에는 거주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이죠.) 결국, 선출된 권력기관의 권력행사에 대한 아무런 주권적 제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번 선거권을 행사하여 '기관'(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구성하고 나면 다음번 선거 까지는 '주권에서 파생된 제한된 권력이 아니라, 사실상 무제한적 권력인 주권 자체가 위임된 것과 같은 상황'이 형성되는 것 입니다.

위에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두가지 정의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다음백과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이버 백과의 정의를 가져온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정의는 네이버백과의 내용과 같지 안을까 합니다. 네이버백과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의제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의 행사 방법으로서의 권력위임'을 대의제민주주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설명이 다음백과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의제에 대한 설명과 배치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국가의 의사를 국민이 아니라 대표자가 형성하는 것"이라는 다음백과의 대의제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에는 대의민주주의의 권력위임은 '자유위임'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입니다. 자유위임의 경우, 선출된 권력기관이 (국민의 의사에서) 독립하여 국가의 의사를 형성하는 것이므로, 국가의 의사를 국민이 직접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가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죠. 결국,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국민의 주권 자체가 권력기관에 위임된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논리를 따져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 모두가 주권을 행사 할 수는 없다.
주권 자체는 '의사', '결단'이지 행위주체가 아니므로 행위주체 없이는 행사할 수 없다. 
주권을 행사할 대표를 선출해서 그를 통해서 주권을 행사한다.
권력의 위임은 자유위임이다.
따라서 국가의 의사(주권적 의사)를 국민에 대신하여 대표자가 형성한다.
권력은 위임되어 있으므로 대표자가 행사한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투표할 때만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것입니다. 사실상 주권이 '백지신탁'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따라서, 선거권을 포기하는 것은 몇년만에 한번 할 수 있는 '주권의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것입니다.

물론, 저는 지금의 이런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사실 "선거 때 말고도 주권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고, 언제나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입니다. 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초가 '소환제'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에 대한 소환제가 관철된다면, 권력기관은 언제나 국민의 '소환권'이라는 주권적 권력의 제한을 받는 권력이 될 것이기 때문 입니다.

권력의 위임이 '자유위임'이냐, '기속위임'이냐는 국민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지 여부가 아니라 '권력의 행사를 위한 국가의사 형성의 독립성 여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환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권력 위임이 '자유위임'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만일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제도가 광범위하게 도입된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말이죠. 어찌됐건, '소환제'는 선거를 통한 대표의 선출행위가 주권에서 파생되는 제한적 권력이 아니라 사실상 주권을 위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결정적인 장치가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선거권의 포기가 '모든것의 포기'까지 되는 상황은 면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주권을 국민이 직접 행사 한다.≫는 목표에 한발짝 다가서는 길 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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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