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를 보는 우리의 태도


많은 사람들은 비정규직이나 근로자파견제는 불가피한 제도 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많은 수의 정규직도 들어 있습니다.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을 뽑는 시험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험이 없으니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정규직이 될 기회는 없습니다.
대기업, 공기업, 정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업장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고 정규직의 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비정규직의 시대', '근로자 파견제의 시대'라고 할만 합니다.
물론 그 시대의 주인들은 결코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너무 독하게 말한다고 하지만...
저는 용산 참사로 죽어간 사람들이 전혀 불쌍하지 않습니다.
단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는 평택의 도장공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이들이 불쌍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가슴아프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간 길, 혹은 지금 가고있는 길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길은 그들의 길이요, 우리들의 길입니다.

IMF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구성원들,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제와 근로자파견제를 받아들였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한 경제단체와 보수언론은 그것을 두고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고, 정부는 그들의 주장과 이익을 충실히 대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비정규직, 파견근로자라는 새로운 신분의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정규직들의 동생, 아들들이 비정규직이 되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정규직이 어느날 쫏겨나 비정규직이 되었지만 우리 국민들의 대다수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노동단체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 노동단체만이 진정으로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 문제에 맞서 싸웠습니다.
대부분의 정규직들과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이나 파견근로자를 위해 별로 한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사태는 이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쌍용차는 법정관리 상태에 있습니다.
쌍용차가 파산해서는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이 아닙니다. 바로 노동자들 때문입니다.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그것은 부실한 경영으로 기업을 파산지경으로 몰고간 기업의 경영진이나, 주권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주주, 담보력 없는 기업에 부실한 대출을 해준 채권단 때문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근본인 노동자들의 삶의 안정과 그를 기초로한 국가경제의 안정 때문입니다. 중소 하청기업의 존속도 결국은 그 하청기업의 노동자들의 삶의 안정과 연속성의 보장과 관련된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국민 전체의 재산인 세금을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기업에 투여하는 가장 명백하고도 중대한 이유는, 이들 기업의 존속이 노동자들의 삶의 안정과 연속성의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쌍용자동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참으로 이상하기 그지없습니다.
기업 부실과 파산의 책임을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돌려, 이들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해 쫒아버리고 껍데기인 기업만 남겨서, 여기에 국민의 세금을 퍼부어 넣겠다는 이상 망측한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노동비용을 수반하는 정규직을 대대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술수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쌍용차는 이렇게 쫓아낸 정규직들을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다시 채용해 자동차를 생산할 심산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비정규직제와 근로자판견제가 살아있는 한 이런 일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이제 때가 왔습니다.
아마도 자신들하고 비정규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정규직노동자들도 지금쯤은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이나 근로자파견제가 자기자신, 형제, 자식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되었을 것입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회에서 '공정한 평가', '평등', '기회균등' 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무의미한 것인지 이제는 알 때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엄마가 해온 수많은 악행과 거짓을 알게된 유승미(문채원 분)가 진실을 대면하고서 내렸던 결정처럼, 그것은 거짓과 타협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같은 타협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유일한 길은 싸우는 것 뿐입니다.

저는 우리가 지금 당장 싸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아직도 많은 분들은 비정규직이나 근로자파견제가 반드시 필요한 불가피한 제도라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시간이 좀더 흐르고, 더 많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이 된 후, 더많은 정규직의 아들들이 비정규직자 파견근로자가 된 후 싸움을 시작하게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때가 언제이든, 결국 우리에게도 싸움밖에는 선택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 오게 될것입니다.
용산의 철거시민들이나 평택의 노동자들처럼 말입니다.

쌍용자동차에 싸우고 계신분들이나 그 가족들 중에는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은 일이 생긴데는 그분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평안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수많은 정규직들과 그 외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똑같은 무게의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 우리의 길입니다.
경영자나 정부에서 주장하고 제도를 만들기는 했지만, 우리 모두가 반대했다면 만들지 못했을 제도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이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책임은 국민이 온몸으로 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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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