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주의에 대한 기초적 이해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럼, 헌법이 말하고 있는 '공화국'이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우선,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나와있네요.

공화제 [Republic, 共和制, 공화주의, 공화정, 공화국]

공화제(共和制)는 공화국의 정치 체제를 가리키며, 형식적으로 또는 실제로 주권이 그 구성원에게 있는 정치 체제이다. 기본적으로 입헌제이고, 이에 따라 법을 기반으로 구성원이 정치적 의사 결정에 법적 차별 없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사회로 운영되는 정치 체제이다. 그러므로 군주제와는 달리 공화제에는 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공화제를 주장하거나 실현하려고 하는 정치적인 태도나 이념을 공화주의라 한다. 이때 구성원은 ‘법에 따른 구성원’으로 모든 구성원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화제를 채택한 국가를 공화국(共和國)이라고 하는데, 모든 공화국이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며, 공화제 국가 가운데도 얼마든지 군사 독재 국가나 전체주의 국가도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공화국이 신분제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위키백과)

복수의 주권자가 통치하는 정치체제.
군주제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이 제도에서는 국정에 참여하는 대표자·원수는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며, 일반적으로 대통령제나 합의체제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또한 대표민주제·의회민주제·코먼웰스(commonwealth)도 같은 뜻으로 사용될 때가 있다. 영국이나 일본은 세습군주가 존재하고 있는 점에서는 군주제이지만,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공화제이다.
① 원리:군주제에서 국가의 원수는 혈통적으로 세습되는 개인이지만, 공화제에서 국가의 원수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이다. 공화제의 특징은 출생에 따른 봉건적인 차별을 부정하고, 국민주권·자유·평등·민주주의를 원리로 삼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청교도혁명·미국의 독립전쟁·프랑스혁명·러시아혁명 등은 모두 공화제 확립의 길을 터놓은 것들이다. 그러나 자유·평등 같은 이념이 그대로 공화제의 역사적 현실에서 보장되고, 실현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② 유형:학자에 따라 공화제를 민주적·귀족적·과두적인 것의 3가지로 분류하거나 또는 일국적인 것과 연방적인 것의 2가지로 분류하며, 혹은 정체를 민주제와 과두제로 나누어, 전자를 입헌군주제와 공화제로 분류하는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고대 그리스·스위스·미국·프랑스 등은 민주제적 공화국, 고대로마는 군인과 귀족에 의한 귀족제적 공화국, 중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상인 귀족에 의한 과두제적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제적 공화국에서도 고대그리스나 스위스는 직접민주제적 공화국이며, 미국과 프랑스는 간접민주제적 공화국이다. 또한 의회공화제에 대비하여 소비에트공화제나 인민공화제(人民共和制)를 구별하는 학자도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위 사전의 설명을 봐도, 도대체 공화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위의 설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권력을 특정인이 아닌 다수가 공유하는 정치체제'라는 정도 뿐이기 때문입니다.

위와같은 설명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공화국입니다.
그러니 더이상 '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공화국은 위 사전의 설명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화국, 공화주의는 '가치질서'이며 '생활양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통치질서만으로는 공화주의적 가치가 실현되는 공화국이라고 할 수 가 없습니다.
통치질서는 공화주의적 생활양식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저는 지금부터 공화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간단하게나마 공화주의의 역사적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공화주의의 발전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로마공화국에 대한 더 많은 정보)
로마의 공화정은 집정관, 원로원, 민회 등이 국가권력을 분점하고 상호 견제함으로서 특정인의 전단을 막고 평민을 비롯한 국가 구성원들의 의사를 국정운영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로마의 공화정으로 부터 출발한 공화주의의 역사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베네치아와 같은 도시국가의 공화주의로 이어졌고, 베네치아의 경우에는 나폴레옹의 침공에의해 그 도시국가가 무너질 때까지 거의 1000년동안 그 공화주의적 정체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베네치아의 경우에는 고대 로마와는 달리 노예제도에 기반하지 않고도 오랜 역사동안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베네치아공화국에 대한 더 많은 정보)
근대의 공화주의는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영국에서,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미국의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에서 그 역사적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얼핏보면 공화주의는 단순한 제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공화주의적 제도'를 만들어낸 공화주의적 가치관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공화주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공화주의자들은 '권력의 분점', '견제와 균형', '법의 공정성', '민주적 의사결정' 등을 추구했을까요?
지금부터 그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지금부터 하는 공화주의에 대한 설명은 주로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공화주의의 특징을 제가 아는대로 설명하는 것입니다만, 괄호나 글상자의 설명은 주로 저의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공화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입니다.
그러니까 공화주의는 인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가치질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화주의적 생활방식이란, 자유를 추구하는 생활방식(정치, 경제, 사회적 질서와 문화 등)인 것입니다.

그럼, 자유란 무엇일까요?

자유(自由)는 외부로부터 구속이나 지배를 받지 않고 그것이 있는 대로 그대로 있는 상태, 즉 속박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누군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하는 데 어떤 장애도 없는 상태를 "자유롭다"라고 할 수 있다.(위키백과)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자유가 위와같이 설명되어있습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지면, 자유란 '간섭이 없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설명은 '자유주의적 자유'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의 의미라는 것이지요.
공화주의에서 이야기하는 자유는 위의 설명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자유는 누군가의 자의에 의한 예속적 간섭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공화주의적 자유는 위와 같은 것입니다.
둘은 모두 간섭이 없는 상태를 말하지만, 자유주의적 자유가 모든 형태의 '간섭'이 없는 상태를 자유라고 말하는 반면, 공화주의적 자유는 '예속적 간섭'이 없는 상태를 자유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화주의적 관점의 자유는 자유주의적 관점의 자유와는 달리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가 구분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속적 간섭이 없는 삶은 근본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적극적 자유개념과 소극적 자유개념의 일치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자유와 인간의 가치실현의 관계

개인적으로는 '자유'란 인간의 '가치실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공화주의적 자유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한다면, '자유란 인간의 가치실현에 대한 예속적 간섭이 없는 상태'라고 말 할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누군가의 자유가 무한정 보장되면 다른 누군가의 자유는 그에 의해 침해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다른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에 대한 사회적 억압(간섭) 자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화주의는 '누군가의 자의적 의사'에 의한 간섭을 제거하고자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제거해야 할 것은 '간섭'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가 마음먹은대로 할 수 있는 간섭'과 그 '간섭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위에서 말한 '예속적 간섭'이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국가와 사회 전체의 간섭 자체를 배제하는 '자유주의적 관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공화주의적 관점은 국가와 사회의 개인에 대한 적절한 간섭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통해 공동체 내에 존재하거나 존재할 수 있는 '예속적 질서'을 제거하기 위한 강제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공화주의적 질서'(많은 학자들은 이것을 '공공선'이라고 표현합니다.)라고 말 할수 있을 것입니다.

통치구조에서 삼권의 분립과 그를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 정치적 자유와 평등과 같은 민주주의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수많은 공화주의적 질서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런 것들만 갖춰졌다고 해서 제대로된 '공화국'이라고 말 할수는 없습니다.

공화주의와 민주주의

공화주의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관철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의 산물로 생각하고 있지만, 자유주의가 공화주의에서 분화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공화주의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든 정치공동체 구성원의 가치실현이(자유를 개인의 가치실현이라고 볼때) 병존적으로 보장되는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 정치공동체 구성원의 각자의 참여를 통해 공동체의 질서가 형성될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대신하는 방법으로는 그 가치를 온전히 반영한 '모두의 가치실현을 위한 질서'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전체 질서의 형성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공화주의적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통한 정치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에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가치실현을 위한 질서'를 만든다는 '공화주의적 가치'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또하나의 권력 투쟁의 장'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특히, 다수결의 원리를 강조하는 것은) '약자들의 강자들에 대한 예속'의 제도화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예속적 간섭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제거하는가?'라는 공통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는 과정이어야 하며, 이러한 원칙이 고수될 때에만 민주주의는 '공화주의적 가치의 관철'이라는 소명을 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속적 간섭을 거부하는 공화주의적 가치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의 공정성'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예속적 간섭을 배제하는 법질서를 만들어 놓아봤자 그것이 실제로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공화주의에서는 경제적 자유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교육과 사회진출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되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그 존엄을 지킬 수 없는 국가는 진정한 공화국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누군가의 시혜적 배려나 자선행위에 의존하지 않고 기초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경제적 기초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자의적 간섭의 배제'와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공화주의의 정신은 '공적 교육제도의 강화', '기초적 수준의 급부적 복지제도'와 관련된 것입니다.

공화주의의 경제적 측면의 핵심 중의 하나는, 실패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입니다.
사회금융이나 재교육시스템을 통해 실패를 딧고 새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입니다. 따라서 모든 공동체 구성원은 어떠한 실패로부터도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같은 안전망은 공동체 구성원에게 강력한 사회적 연대감과 공동체에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입니다.
(이것은 '예속적 간섭의 제거'가 가지는 의미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억압적 예속'을 제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적극적으로 그러한 상태가 발생할 여지를 제거하는 것이 공화주의적 질서(공공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화주의는 일종의 생활방식입니다.
이것은 법질서를 비롯한 경제, 사회, 문화적 질서이며 생활태도이고, 삶의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가장 중요한 토대는 시민들입니다.
통상 말하는 '공화주의적 덕성'('시민적 덕성' 이라고도 합니다.) 이야말로 공화주의의 토대라는 것입니다.

공화주의적 덕성 (시민적 덕성)

공화주의적 덕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만, 그 핵심은 '연대를 통한 공존의 정신'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각자의 자유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각주:1], 모두에게 보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같은 시민적 덕성은 '시민적 연대의식'과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화주의적 국가를 향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도 깊은 상관성을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또, 통상 이야기하는 '공화주의적 애국' 역시 '사회적 연대감'에 그 근거를 둔 것이라고 봐야 할것입니다.



ps.
아래 링크는 블로거 '비르투'님께서 모리치오 비롤리 교수의'공화주의'라는 책을 정리하여 소개하신 글입니다.
이 책은 비롤리 교수의 학문적 관점에 근거해 공화주의를 설명한 것입니다만, 개인적으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화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관심이 있으신 분께는 구입하셔서 일독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http://virtu.egloos.com/3095029
http://virtu.egloos.com/3115645




  1.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근본적으로 공화주의적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공화주의적 자유는 포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화주의가 점차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각 개인에 맡겨졌던 부분이 공적 영역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이를테면, 사회복지의 증대를 위한 납세 비율의 증가와 같은)는 분명히 개인적 선택의 범위를 제한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공적 자유(즉 공공선)의 증대와 대별하여 '개별적 자유'의 축소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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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흔적